회사가 직원에게 “남은 연차를 사용하세요”라고 안내했다고 해서 연차 미사용수당 지급 의무가 자동으로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핵심은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연차 사용촉진 절차와 시기를 지켰는지입니다. 법에서 정한 시기에 근로자별 잔여 연차를 서면으로 알리고, 필요한 경우 회사가 사용일을 지정하는 절차까지 적법하게 진행해야 미사용 연차에 대한 보상의무를 면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통보 시기를 놓쳤거나 필요한 절차를 생략했다면 연차촉진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수당을 지급하지 않을 수는 없습니다.
아래 내용은 2026년 9월 18일 현재 시행 중인 근로기준법을 기준으로 정리했습니다.
연차 사용촉진을 하면 미사용수당을 안 줘도 되는 이유
연차 사용촉진제도는 회사가 단순히 연차수당을 줄이기 위해 사용하는 제도가 아닙니다. 직원에게 실제로 연차를 사용할 기회를 주고, 그래도 직원이 자발적으로 사용하지 않았을 때 회사의 미사용수당 지급 의무를 면제해 주는 제도입니다.
근로기준법 제61조에 따른 적법한 사용촉진 절차를 모두 거쳤는데도 근로자가 연차를 사용하지 않아 사용기간이 끝났다면 회사는 해당 미사용 연차에 대해 보상할 의무가 없습니다.
따라서 회사와 직원 모두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하는 것은 “연차촉진 안내를 받았는가”가 아니라 언제, 어떤 내용으로, 어떤 절차를 거쳐 통보했는가입니다.
1차 연차촉진은 언제 해야 할까?
일반적인 1년 이상 근로자의 연차라면 회사는 연차 사용기간이 끝나기 6개월 전을 기준으로 10일 이내에 1차 사용촉진을 해야 합니다.
이때 직원별로 사용하지 않은 연차 일수를 알려주고, 직원이 남은 연차를 언제 사용할 것인지 정해 회사에 통보하도록 서면으로 촉구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회계연도를 기준으로 관리하여 해당 연차를 12월 31일까지 사용해야 하는 회사라면 통상 7월 1일부터 7월 10일까지가 1차 촉진 시기가 됩니다. 고용노동부 상담에서도 12월 31일을 사용기간 만료일로 보는 경우 이 시기를 1차 촉진 기간으로 안내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12월 31일에 소멸되는 연차에 대해 9월이나 10월이 되어서야 처음으로 “남은 연차를 사용하라”는 통보를 했다면 법에서 정한 1차 촉진 시기를 충족하지 못한 문제가 생깁니다.
특히 직원들에게 구두로 “연차 빨리 소진하세요”라고 말한 정도로는 부족합니다. 법은 근로자별 미사용 일수를 알리고 사용 시기를 정해 통보하도록 서면으로 촉구할 것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직원이 사용 날짜를 정하지 않으면 2차 통보가 필요하다
1차 서면 촉구를 받은 직원에게도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촉구를 받은 날부터 10일 이내에 남은 연차를 사용할 날짜를 정해 회사에 통보하는 것입니다.
직원이 10일 안에 사용 시기를 정하지 않았다면 회사가 다음 단계로 넘어갑니다.
회사는 연차 사용기간이 끝나기 2개월 전까지 남은 연차의 사용 날짜를 직접 정해 직원에게 서면으로 통보해야 합니다. 직원이 일부 연차의 날짜만 정했다면 회사는 나머지 미지정 연차의 사용 시기를 정해 통보해야 합니다.
12월 31일이 사용기간 마지막 날인 경우라면 회사의 2차 통보는 10월 31일까지 이루어져야 하는 방식입니다.
즉, 1차로 안내문을 한 번 보냈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절차가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직원이 사용일을 정하지 않았다면 회사의 2차 지정까지 이어져야 법에서 요구하는 사용촉진 절차가 완성됩니다.
이런 경우에는 연차촉진을 했어도 미사용수당이 생길 수 있다
가장 흔한 경우는 통보 시기를 지키지 않은 경우입니다. 법에서 정한 기간보다 늦게 1차 촉진을 시작하거나, 필요한 2차 지정 통보를 하지 않았다면 연차 사용촉진에 따른 보상의무 면제 요건을 충족하기 어렵습니다. 고용노동부도 적법한 사용촉진 절차를 이행하지 않았다면 미사용 일수에 대한 수당을 지급해야 한다고 안내하고 있습니다.
서면 절차의 내용도 중요합니다. 단순히 회사 게시판이나 공지사항에 “연차를 사용하세요”라고 안내하는 것과 근로기준법 제61조에서 요구하는 사용촉진은 다릅니다. 근로자별 미사용 일수가 무엇인지 알리고, 사용 시기를 정해 통보하도록 촉구하는 절차가 필요합니다.
또 하나 주의할 부분은 서류만 만들어 놓고 실제로는 연차를 사용할 수 없게 한 경우입니다.
대법원은 적법한 사용촉진 절차를 진행했더라도 직원이 지정된 휴가일에 출근해 근무했고 회사가 이를 알고도 명확하게 노무 수령을 거부하지 않았거나 오히려 업무를 지시했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직원이 자발적으로 연차를 사용하지 않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경우 회사에 미사용 연차수당 지급 의무가 남을 수 있습니다.
쉽게 말해 회사가 “그날은 연차로 지정했으니 쉬세요”라고 해놓고 실제로는 출근시켜 업무를 시킨다면 연차촉진의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휴직 중이거나 연차 사용일 전에 퇴사하면 어떻게 될까?
지정된 연차 사용일에 직원이 현실적으로 연차를 사용할 수 없는 상황도 따져봐야 합니다.
고용노동부는 사용촉진 이후 지정된 연차일에 직원이 휴직 중이어서 근로제공 의무 자체가 없었다면 그날 연차를 소진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안내하고 있습니다.
또한 회사가 미래의 날짜를 연차 사용일로 지정했지만 그 날짜가 오기 전에 직원이 퇴직했다면, 실제 연차 사용이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남은 연차에 대한 보상의무가 사라졌다고 보기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이미 연차 날짜를 지정했으니 퇴사해도 수당이 없다”라고 일률적으로 판단해서는 안 됩니다. 퇴직일과 지정된 연차일, 실제 휴가 사용 가능 여부를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1년 미만 근로자는 통보 시기가 다르다
입사한 지 1년이 되지 않은 근로자에게 한 달 개근 때마다 발생하는 연차는 일반적인 연간 연차와 사용촉진 일정이 다릅니다.
근로기준법 제61조제2항은 최초 1년의 근로기간이 끝나기 3개월 전을 기준으로 10일 이내에 미사용 일수를 알리고 사용 시기를 정하도록 서면 촉구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 촉구 이후 새로 발생한 연차에 대해서는 최초 1년의 근로기간이 끝나기 1개월 전을 기준으로 5일 이내에 다시 촉구하는 별도 규정도 있습니다.
직원이 사용 시기를 정하지 않았다면 일반적으로 최초 1년의 근로기간이 끝나기 1개월 전까지 회사가 날짜를 지정해 서면 통보해야 하며, 뒤늦게 발생한 연차에는 별도의 기한이 적용됩니다.
따라서 1년 미만 근로자의 연차에 일반 근로자의 ‘6개월 전·2개월 전’ 일정을 그대로 적용하면 안 됩니다. 기간제 근로자의 계약기간 등 구체적인 고용형태에 따라 사용촉진 적용 여부가 달라질 수도 있으므로 별도 확인이 필요합니다.
지금 확인해야 할 것은 연차 잔여일수보다 통보 기록이다
직원 입장에서 회사가 “연차촉진을 했기 때문에 남은 연차수당은 없다”고 한다면 우선 연차 사용기간의 종료일을 확인해야 합니다. 그다음 1차 촉진을 받은 날짜와 내용, 2차 지정 통보가 필요한 상황이었는지, 실제로 2차 통보가 이루어졌는지를 차례대로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회사의 서면 통보, 이메일이나 사내 시스템에 남아 있는 통보 기록, 본인이 제출한 연차 사용계획, 실제 연차 사용일, 출퇴근 기록도 함께 보관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지정된 연차일에 실제 근무했다면 당시 업무지시나 근무기록도 중요한 사실관계가 될 수 있습니다.
회사 역시 “연차 사용을 권했다”는 사실만 관리해서는 부족합니다. 직원별 잔여 연차 일수와 1차 촉진일, 직원의 회신 여부, 2차 지정일과 통보 여부를 확인할 수 있도록 기록을 남겨야 합니다.
결국 핵심은 ‘촉진했다’가 아니라 ‘적법하게 촉진했느냐’다
연차 사용촉진을 했다고 해서 모든 미사용 연차수당이 자동으로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법에서 정한 시기에 근로자별 잔여 연차를 서면으로 알리고 사용 시기를 정하도록 촉구했는지, 직원이 답하지 않았다면 회사가 다시 사용 날짜를 정해 기한 내 서면 통보했는지, 지정된 휴가일에 실제로 쉴 수 있었는지를 함께 봐야 합니다.
이 요건을 충족한 뒤 직원이 자신의 의사로 연차를 사용하지 않았다면 회사는 해당 미사용 연차에 대한 수당을 지급하지 않아도 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절차가 빠졌거나 시기를 놓쳤거나, 회사가 지정된 휴가일에도 실제 근무를 받았다면 미사용수당 지급 의무가 남을 수 있습니다.
참고로 근로기준법상 연차유급휴가 제도는 원칙적으로 상시근로자 5인 이상 사업장 등 법정 적용요건을 충족하는 경우를 전제로 합니다. 구체적인 사업장 규모, 근로시간, 휴직·퇴직 시점 등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실제 수당 지급 여부에 다툼이 있다면 통보 문서와 근무기록을 기준으로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