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주에게 “다음 달부터 월세를 10% 올리겠다”는 통보를 받았다면 바로 동의하거나 변경 계약서부터 작성할 필요는 없습니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이 정한 범위 안의 임대차라면 계약이 계속되는 동안 임대인이 일방적으로 차임이나 보증금 증액을 청구할 때 증액 한도는 원칙적으로 현재 금액의 5%입니다. 또한 임대차계약을 체결했거나 이미 차임 등을 올린 뒤 1년 이내에는 다시 증액청구를 할 수 없습니다.
다만 여기서 중요한 예외가 있습니다. 모든 상가에 무조건 “5%까지만 올릴 수 있다”는 뜻은 아닙니다. 환산보증금 규모, 계약이 존속 중인지 재계약 단계인지, 임차인이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하는지, 당사자가 증액에 합의했는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10% 인상 통보를 받았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인상률을 흥정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계약이 어떤 상황에 해당하는지 확인하는 것입니다.
월세 10% 인상 통보, 그대로 받아들여야 할까?
예를 들어 현재 월세가 200만원인데 건물주가 220만원으로 올리겠다고 통보했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11조의 5% 증액 제한이 적용되는 상황이라면 임대인의 일방적인 증액청구는 현재 차임의 5%를 초과할 수 없습니다. 월세 200만원을 기준으로 하면 5%는 10만원이므로 210만원을 넘는 부분까지 법정 증액청구권만으로 당연히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시행령은 증액청구 당시 차임 또는 보증금의 5%를 한도로 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5%는 “건물주가 매년 자동으로 올릴 수 있는 금액”이 아닙니다. 법에서 정한 증액청구의 상한입니다.
법은 조세·공과금이나 그 밖의 부담, 경제사정의 변동 등으로 기존 차임이나 보증금이 상당하지 않게 된 경우 장래를 향해 증감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1년이 지났으니 무조건 5% 인상”이라는 의미도 아닙니다.
최근에 월세를 올렸다면 1년도 확인해야 한다
인상률만큼 중요한 것이 마지막 증액 시점입니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11조는 임대차계약을 체결했거나 약정한 차임 등을 증액한 후 1년 이내에는 같은 조에 따른 증액청구를 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가령 6개월 전에 월세를 올려 새 금액을 적용하고 있는데 건물주가 주변 시세가 올랐다는 이유로 다시 월세 인상을 요구한다면, 제11조가 적용되는 임대차에서는 5% 계산에 들어가기 전에 먼저 ‘마지막 계약 또는 증액 후 1년이 지났는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그래서 인상 통보를 받으면 현재 계약서뿐 아니라 이전 갱신계약서와 월세 변경 내역도 함께 찾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그런데 모든 상가에 5% 제한이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이 부분을 모르고 대응하면 판단이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은 일정한 환산보증금 이하의 임대차를 기본 적용 대상으로 두고 있습니다. 환산보증금은 일반적으로 보증금에 월 차임의 100배를 더하는 방식으로 계산합니다. 현행 시행령상 기준은 서울 9억원, 서울을 제외한 수도권 과밀억제권역과 부산 6억9천만원, 일부 광역시·세종 및 지정 도시 5억4천만원, 그 밖의 지역 3억7천만원입니다.
예를 들어 보증금이 1억원이고 월세가 300만원이라면 환산보증금은 단순 계산으로 4억원입니다.
1억원 + 300만원 × 100 = 4억원
이 금액을 해당 상가가 있는 지역의 기준과 비교해야 합니다.
특히 환산보증금이 지역별 기준을 초과하는 임대차에는 법의 모든 조항이 동일하게 적용되지 않습니다. 현행법 제2조제3항은 기준을 초과한 상가에도 계약갱신요구권 등 일부 조항은 적용하도록 하고 있지만 제11조 자체는 그 적용 목록에 포함하지 않고 있습니다. 대신 기준 초과 임대차의 갱신에서는 조세·공과금, 주변 상가의 차임과 보증금, 경제사정 변동 등을 고려해 차임과 보증금의 증감을 청구할 수 있도록 별도의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따라서 환산보증금이 기준을 초과한다면 “10%니까 무조건 불법”이라고 단정해서는 안 됩니다.
계약 만료가 다가온다면 계약갱신요구권도 함께 봐야 한다
월세 인상 통보는 계약 만료를 앞두고 함께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임차인은 원칙적으로 임대차기간이 끝나기 6개월 전부터 1개월 전까지 계약갱신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계약갱신요구권은 최초 임대차기간을 포함해 전체 임대차기간이 10년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 행사할 수 있으며, 법에서 정한 거절 사유가 없다면 임대인은 갱신을 거절할 수 없습니다.
갱신요구권을 행사해 갱신되는 임대차는 원칙적으로 기존 계약과 같은 조건으로 다시 체결된 것으로 보고, 차임과 보증금은 법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조정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건물주가 “월세를 10% 올리지 않으면 재계약하지 않겠다”고 말한다고 해서 그것만으로 계약갱신요구권이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반대로 임차인에게 3기의 차임액에 해당할 정도의 연체가 있었거나, 임대인의 동의 없는 전대, 중대한 계약의무 위반, 법에서 정한 철거나 재건축 사유 등이 있다면 갱신 요구가 거절될 수 있으므로 자신의 계약 상태도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5% 넘게 합의하면 무조건 무효”라고 생각해서도 안 된다
여기에서 한 가지 더 구분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법이 제한하는 ‘증액청구’와 임대인·임차인이 서로 합의해 새로운 조건으로 계약하는 것은 항상 같은 문제가 아닙니다.
대법원은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11조의 증액 제한이 임대차계약이 존속하는 동안 당사자 일방이 차임 등의 증감을 청구하는 경우에 적용되고, 계약 종료 후 재계약하거나 계약 종료 전이라도 당사자끼리 합의해 차임을 올린 경우에는 제11조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바 있습니다.
그래서 건물주가 10% 인상을 제시했을 때 임차인이 별다른 검토 없이 변경계약서나 재계약서에 서명해버리면 상황이 훨씬 복잡해질 수 있습니다.
특히 계약 만료가 가까운 상태에서 “그냥 재계약하는 것인지”, 아니면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해 기존 계약을 갱신하는 것인지”를 분명히 해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실제로 10% 인상 통보를 받았다면 이렇게 확인하자
첫 번째는 현재 임대차계약의 보증금과 월세를 확인해 환산보증금을 계산하는 것입니다. 지역별 기준 이하라면 제11조의 5% 제한을 검토할 수 있지만 기준을 초과한다면 다른 규정이 적용될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계약 체결일과 마지막 월세 인상일을 확인해야 합니다. 제11조가 적용되는 상황에서 계약 또는 최근 증액 후 1년이 지나지 않았다면 추가 증액청구 제한을 먼저 살펴볼 수 있습니다.
세 번째는 계약 종료일을 확인합니다. 종료가 가까웠고 앞으로 영업을 계속할 예정이라면 계약갱신요구권 행사기간인 만료 6개월 전부터 1개월 전 사이인지 확인해야 합니다.
네 번째는 전화 통화만으로 끝내지 말고 인상 요구 내용을 문자, 이메일, 내용증명 등 나중에 확인할 수 있는 형태로 남겨두는 편이 안전합니다. 계약갱신을 요구할 때도 언제 어떤 내용으로 요구했는지 증명할 수 있도록 기록을 남겨두는 것이 좋습니다.
마지막으로 법적 판단이 끝나기 전에 새 월세가 적힌 계약서에 먼저 서명하는 것은 신중해야 합니다. 합의에 의한 재계약인지 일방적인 증액청구인지에 따라 적용되는 법리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건물주에게 바로 “안 됩니다”라고 답하기보다 확인할 내용
인상 통보를 받았다고 감정적으로 대응할 필요는 없습니다.
먼저 “현재 계약의 환산보증금이 법 적용 기준 안에 있는지 확인하고, 최근 증액 시기와 계약갱신요구권 적용 여부를 검토한 뒤 답변하겠다”는 정도로 의사를 밝히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제11조가 적용되는 계약이고 임대인이 계약 존속 중 일방적으로 10% 인상을 요구하는 상황이라면 5% 증액 한도를 근거로 협의할 수 있습니다.
계약 만료가 다가왔다면 갱신 의사도 별도로 명확하게 밝혀야 합니다. 단순히 “10%에는 동의하지 않는다”고만 답했다가 정작 갱신요구 의사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상황은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반대로 환산보증금이 기준을 초과하거나 서로 새로운 조건으로 재계약을 협의하는 상황이라면 단순히 5% 숫자만 가지고 판단해서는 안 됩니다.
협의가 되지 않는다면 분쟁조정도 방법이다
임대인과 임차인이 월세 인상 범위나 계약갱신 조건을 두고 합의하지 못한다면 상가건물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를 통한 조정도 검토할 수 있습니다.
관련 법령은 차임·보증금 증감, 임대차기간, 계약의 이행이나 해석 등 상가 임대차 관련 분쟁을 조정 대상으로 두고 있습니다. 현재 대한법률구조공단, 한국토지주택공사, 한국부동산원 등의 지정 지부·지사 등에 조정위원회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금액이 크거나 임대인이 퇴거를 요구하고 있는 경우, 이미 5%를 넘는 금액으로 계약서를 다시 작성한 경우처럼 사실관계가 복잡하다면 계약서와 인상 통보 자료를 가지고 개별 법률상담을 받아보는 편이 안전합니다.
결국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10%’라는 숫자가 아니다
상가 월세를 10% 올리겠다는 말을 들으면 대부분 “법적으로 5%까지만 가능한 것 아닌가?”부터 생각하게 됩니다.
하지만 실제 판단 순서는 다릅니다.
먼저 환산보증금이 법 적용 기준 안에 있는지 확인하고, 현재 계약이 계속되는 중인지 계약 만료 후 재계약 단계인지 구분해야 합니다. 그다음 최근 1년 안에 월세를 올린 적이 있는지,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 기간인지 확인해야 합니다.
이 조건을 확인한 뒤에야 5% 증액 한도를 적용할 수 있는지 판단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장사 중 갑자기 10% 월세 인상 통보를 받았다면 바로 받아들이거나 계약서를 새로 쓰기보다는 계약서, 현재 보증금과 월세, 최근 증액일, 계약 종료일을 먼저 확인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5%는 중요한 보호 장치지만 모든 상가와 모든 재계약 상황에 일률적으로 적용되는 숫자는 아닙니다. 자신의 계약이 어떤 법적 상황에 해당하는지 구분하는 것이 월세 부담을 불필요하게 늘리지 않고 영업을 계속하기 위한 첫 단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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